영어 어휘력을 가장 확실하게 늘리는 방법

Kevin Ma
Kevin Ma

단어장만 붙잡고 외우면 돌아서자마자 잊어버리기 쉬워요. 무작정 외우는 대신 다독과 문맥 이해로 영어 어휘력을 차근차근 쌓아 올린 제 경험을 공유해요.

이 글은 중국어 원문을 번역한 것으로, 저자가 감수했습니다. 원문 보기 (중국어)

영어를 공부할 때 많은 분이 습관처럼 단어장부터 펼치곤 해요. 단어를 외우고 뜻을 기억하면 어휘력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더라고요. 단어장 암기에는 꽤 뚜렷한 한계가 있어요.

첫째는 지루하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에요. 둘째는 그 자리에서 외웠다 해도, 나중에 실제 글에서 그 단어를 만나면 그 문장 안에서 정확히 무슨 뜻인지 바로 와닿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마 많은 분이 공감하실 텐데요. 문장 속 단어는 다 아는 것 같은데, 이어 붙여 놓으면 문장 전체가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잖아요.

게다가 생짜로 단어를 외우는 일은 꾸준히 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외우다 보면 영어 공부 자체가 지겨워지고, 내가 언어 감각이 없는 건지 자책하게 되죠. 설령 외웠더라도 실제로 쓰려고 하면 머릿속에서 어떤 단어를 꺼내야 할지 막막해지곤 해요.

솔직히 말하면, 그건 단어를 한 번 외워 본 것일 뿐 진짜 내 것으로 만든 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진짜 완벽하게 아는 단어가 뭐가 있을지 한번 떠올려 보세요. apple이나 banana 같은 단어들이죠. 평소에도 자주 마주치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앞뒤 맥락 없이 달달 외워 봤자,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거의 다 잊어버리게 돼요.

저는 이렇게 방법을 바꿨어요

예전에는 저도 단어장만 주야장천 외우던 사람 중 하나였어요.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가 포기하기를 수없이 반복했죠. 그러다 4년 전 퇴사 후 잠시 쉬면서 새로운 방향을 찾던 시기에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그때 유튜브와 영상 플랫폼에서 언어 습득에 관한 영상을 보다가 '이해 가능한 입력(Comprehensible Input)'과 'i+1'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됐어요. 어휘력을 진짜로 늘리려면 많이 듣고 많이 읽으면서 다양한 문맥 속에서 단어를 쌓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억지로 외우는 게 아니라, 글을 읽다가 마주친 모르는 단어를 표시해 두고 그 문장 안에서 이해해 보는 방식이었어요.

그때부터 기존의 영한사전 대신 캠브리지 영영사전 웹사이트나 ChatGPT를 쓰기 시작했어요. 영어 풀이와 예문으로 단어의 느낌을 이해하고, 가끔은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사진을 보면서 인상을 남겼죠. 중간에 다른 영어 듣기 앱도 써 봤는데, 화면에 한글 번역이 같이 나오니까 자꾸 번역만 눈으로 쫓게 되더라고요. 결국 영어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한국어 뜻만 외우고 있었던 셈이에요. 나중에 LingQ를 한동안 쓰면서 영영 풀이를 보고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를 표시하는 습관이 잡혔고, 그제야 꾸준히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영영 풀이를 보는 건 확실히 효과가 좋았지만, 늘 불편한 점이 두 가지 있었어요.

첫째, 단어를 찾을 때마다 읽던 화면에서 빠져나와 여러 앱을 왔다 갔다 해야 하니 흐름이 자꾸 끊겼어요. 책 읽는 맛도 뚝 떨어졌죠. 게다가 일반 사전은 열자마자 뜻이 대여섯 개씩 나오니까, 지금 읽는 문장에 어느 뜻이 맞는지 제가 직접 골라내야 했어요.

둘째, 사전의 영영 풀이 자체가 너무 어려울 때가 많았어요. 중급 단어를 찾았는데 사전에서는 더 어려운 고급 어휘로 설명해 놓는 식이죠. 풀이조차 이해가 안 돼서 사전을 한 번 더 찾아야 하는 일이 캠브리지 사전을 쓸 때 정말 자주 있었어요.

그래서 작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AI가 이렇게 발전했는데, 문맥에 맞춰 쉽게 설명해 주는 영어 리딩 앱을 내가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요.

저는 영어를 영어로 풀어 주는 방식을 정말 좋아해요. 우리가 어릴 때 국어사전을 찾아보듯 영어 맥락 안에서 바로 피드백을 받아야 영어식 사고가 자라나거든요. 한국어 뜻만 외우는 건 결국 머릿속에서 번역기를 돌리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요. 다만 전제 조건이 하나 있는데, 그 영어 설명이 내가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워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렇게 몇 달 동안 직접 만든 제품이 지금의 SentiaRead예요. 제가 가장 해결하고 싶었던 핵심은 딱 이 세 가지였어요.

  • 모르는 단어를 탭하면 읽던 화면을 벗어날 필요 없이, 지금 문장의 문맥을 파악해서 가장 알맞은 뜻 딱 하나만 골라 보여줘요.
  • 내 영어 수준에 맞춰 풀이 난이도를 조절해요. 새로운 이해의 장벽을 만드는 대신, 내가 바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영어로 설명해 주죠. 만약 영영 풀이와 예문만으로 애매할 때는 한 번 더 탭해서 모국어 설명을 참고할 수 있어요.
  • 단어는 다 아는데 구조가 너무 복잡한 긴 문장을 만나면, AI가 내 수준에 맞춰 쉬운 문장으로 다시 써 줘요. 전체 뜻을 먼저 파악한 뒤 원래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훨씬 잘 들어오거든요.

몇 년 동안 꾸준히 하며 어휘력을 키워 준 습관들

도구가 편해진 것도 크지만,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제 어휘력을 실질적으로 키워 준 건 일상의 작은 습관들이었어요.

1. 내가 진짜 관심 있는 글 읽기

꾸준히 읽으려면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딱딱한 교재는 거의 보지 않고, 평소에도 원래 읽고 싶었던 글만 찾아 읽어요. 해외 테크 뉴스나 스타트업 이야기, Anthropic 팀의 기술 블로그, 혹은 영어 원서 소설 같은 것들이요.

SentiaRead에 파일 가져오기 기능을 넣은 것도 그 때문이에요. 평소 EPUB이나 PDF 전자책, 웹 아티클, 팟캐스트 자막까지 읽고 싶은 건 다 앱으로 가져와서 읽어요. 내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글이 곧 가장 좋은 교재거든요.

2. 내 수준에 딱 맞아서 술술 읽히는 자료 고르기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벽돌책을 붙잡지 마세요. 글이 너무 어려우면 두 페이지만 읽어도 사전을 열 번 넘게 찾아야 해서 금방 지치거든요. 단어의 90% 이상을 이미 알고 있고 모르는 단어가 조금씩만 섞여 있는 글이 가장 읽기 편해요. 이야기 흐름을 끊김 없이 따라가면서도 자연스럽게 새 단어를 접할 수 있죠.

3. 억지로 외우지 않고 여러 글에서 반복해서 마주치기

지금은 모르는 단어를 만나도 한 번 탭해서 그 문장 안에서 뜻만 이해하고 그냥 계속 읽어나가요. 자리 잡고 외우려고 애쓰지 않아요.

언어학자 폴 네이션(Paul Nation)의 연구에 따르면, 독서를 통해 새로운 단어 하나를 온전히 습득하려면 보통 5번에서 16번 정도 마주쳐야 한다고 해요. 그것도 서로 다른 글과 다양한 상황에서 만날 때 뇌가 유연하게 의미를 받아들인다고 하죠.

SentiaRead에서 한 번 찾아본 단어는 그때 읽던 원래 문장과 함께 단어장에 자동으로 저장돼요. 그리고 나중에 다른 책이나 글에서 그 단어가 다시 나오면 자동으로 하이라이트가 표시되죠. 저는 이 피드백을 특히 좋아해요. 여러 글에서 같은 단어가 반짝거릴 때마다 속으로 '오, 너 또 나왔네' 싶거든요. 그렇게 몇 번 마주치다 보면 어느새 진짜 내 단어가 되어 있어요.

4. 너무 드물게 나오는 단어는 짧은 글 속에서 복습하기

평소 빈도가 낮아서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단어들도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복습할 때도 단어 카드만 넘기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 복습할 단어들을 모아 적당한 난이도의 짧은 영어 글로 만들어 읽어요. 온전한 문맥 속에서 단어를 다시 만나고 기억이 나는지 확인하는 거죠. 휴대폰, 태블릿, 데스크톱 앱, 이북 리더기, 크롬 확장 프로그램 어디서 표시한 단어든 한곳에 자동으로 동기화돼요.

5. 눈으로만 보지 않고 귀로도 자주 듣기

글을 읽는 것 말고 평소 영어 팟캐스트도 자주 들어요. 책을 읽다가 발음이 헷갈리는 문장은 음성 읽어주기를 켜서 들어보고, 팟캐스트를 들을 때는 실시간 자막을 보면서 따라가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가볍게 탭해서 확인해요. 듣기와 읽기를 함께 하면 영어 어감이 훨씬 빨리 잡히더라고요.


결국 제가 직접 겪으며 느낀 건 하나예요. 어휘력은 책상 앞에 앉아 억지로 외운다고 쌓이는 게 아니라, 맥락이 살아 있는 수많은 글과 소리를 접하며 여러 번 마주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거라는 점이에요. 혹시 그동안 단어 외우기에서 늘 막히셨다면, 이번에는 방식을 바꿔서 평소 관심 있던 주제의 짧은 글 하나를 가볍게 읽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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